SUMMER 2022 Issue No. 16

Kor
Interview. 03

시대 흐름에 조응해 비대면의 옷을 입고 진화한 무인푸드뱅크

제천시사회복지협의회 임재하 사무국장

제천기초푸드뱅크는 어떤 곳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천기초푸드뱅크는 1998년에 푸드뱅크로 문을 열었습니다. 그러다 푸드마켓도 병행하게 되었고요. 저희가 제천 시내권에 위치해 있다 보니 읍·면에 계시는 어르신들이 이용하시기엔 많은 어려움이 따릅니다. 이를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끝에 이동푸드뱅크를 떠올렸는데요. 말 그대로 각 읍·면을 차량으로 식료품을 싣고 이동하는 겁니다. 문제는 얼마 안 가서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뒤엎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많은 이용자분들이 이동푸드뱅크 사용을 꺼려하시게 되었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푸드뱅크의 편리한 이용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무인푸드뱅크가 탄생하게 된 것이군요.

작년 7월부터 시작했으니 이제 1년이 다 되어 가네요. 자랑하기 부끄럽지만 무인푸드뱅크는 제가 제안한 아이디어입니다.

코로나19인 상황에 비대면으로 푸드뱅크를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다가 지원물품을 무인보관함에 넣어두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를 공모 사업에 제출했어요. 운이 좋게도 긍정적으로 봐주셔서 보건복지부가 후원하고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주최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사회문제 및 이슈 해결을 위한 언택트 사회공헌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우수상(보건복지부장관상)을 받아 시범 사업으로 선정됐죠. 현재 제천을 포함한 전국 9곳에서 무인푸드뱅크가 진행 중인데요, 무인푸드뱅크는 무인택배함 시스템을 이용한 푸드뱅크의 새로운 나눔문화 서비스입니다. 주로 이용하시는 분들은 차상위 계층이지만 직장을 다니시는 분들이시고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는 푸드뱅크나 푸드마켓은 아무래도 직장인들이 이용하기엔 힘드니까요. 무인푸드뱅크는 평일, 주말 가리지 않고 24시간 운영하거든요.

무인푸드뱅크를 실현시키기까지 어떠한 과정을 겪으셨나요?

저희 사회복지사분들이랑 여러 번 회의를 거치면서 무인푸드뱅크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그 후 수상을 하게 되었고, 전국 단위까지는 아니더라도 제천시에서만이라도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지원금을 보조받는 방법을 알아보다가 전국푸드뱅크 단장님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죠. 그런데 이후 단장님께서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님과 상의하셨는지 회장님께서 무인푸드뱅크 한번 진행해보자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감사하게도 전국푸드뱅크에서 무인보관함을 지원해주셔서 시범 사업을 무사히 실행할 수 있었습니다.

이용자분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일 것 같습니다.

무인푸드뱅크가 설치되기 전에는 이런 항의 전화가 간혹 있었어요. “나는 물건을 받을 수가 없는데, 혹은 받으러 갈 수가 없는데 어떻게 하나” “퇴근 후에도 가져다줄 수 있느냐”와 같은 내용이었는데요. 그럴 때마다 적당한 방안을 제시할 수가 없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무인푸드뱅크를 이용해보시는 게 어떠냐고 제안할 수가 있죠. 한 번 이용하신 분들은 굉장히 만족해하시고요. 또 푸드뱅크를 이용하다가 신변 노출되는 것을 꺼리시는 분들도 계세요. 제천이 작은 지역이다 보니 한 다리 건너면 아는 사이여서 이런 점들 때문에 푸드뱅크가 필요하지만 다가서지 못한 분들이 없잖아 있었죠. 이런 분들께도 사람이 없는 밤이나 한가한 주말 시간대에 무인푸드뱅크를 이용해보시라고 권유해드릴 수 있으니까 반응이 좋아요.

처음에는 이용률이 저조했을 것 같은데요. 어떤 방법으로 높이셨나요?

물론 처음에는 이용률이 굉장히 낮았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전화해서 무인푸드뱅크에 대해 일일이 설명드렸어요. 문제는 대부분 어르신이다 보니까 기계 사용법을 몰라서 “나는 잘 모르겠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았다는 점이죠. 무인푸드뱅크는 핸드폰으로 인증 문자를 받고 이걸 무인보관함 키오스크에 입력해야 하는 구조거든요. 그러니 어려우실 수밖에요. 그래서 저희도 생각을 바꿔 65세 미만으로 대상을 돌렸습니다. 처음에는 이용자가 16명밖에 되지 않았어요. 그런데 작년 연말 기준 46명이 무인푸드뱅크를 사용하고 계신 것으로 집계가 됐어요. 3배 가까이 되는 수치인 거죠. 2022년 6월 현재는 그보다 더 늘어난 58명이 이용하고 계시고요.

무인푸드뱅크의 아쉬운 점이 있을까요?

백화점 같은 곳의 무인보관함은 냉장 기능이 있어서 신선품도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 무인보관함은 냉장 기능이 아직 탑재되어 있지 않아요. 그래서 두부 등의 신선품을 무인푸드뱅크로는 제공해드릴 수가 없다는 한계점이 있어요. 추후 이 사업이 좀 더 확대되어서 냉장도 가능한 무인보관함이 설치된다면 더 질 좋은 식료품을 이용자분들에게 전달해드릴 수 있어 좋을 것 같아요.

제천 지역의 푸드뱅크 활성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계시나요?

우선 최근에 이동푸드뱅크 사업과 노인 일자리 사업을 연계해보자는 아이디어가 있었어요. 이동푸드뱅크는 자동차로 읍·면까지 이동을 해야 하는데요. 자동차 운전과 물품을 나눠주는 역할을 지역 자원봉사자분들이 도와주고 계셨거든요. 근데 이를 어르신들에게 맡겨보는 건 어떠냐는 골자의 사업이었어요. 그러면서 고독사도 방지하고요. 이를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지역혁신상 공모 사업에 제출해서 장려상을 받았는데요. 그러다 보니 전국적으로 시범 사업 운영이 되진 않겠지만, 자체적으로라도 제천시랑 함께 진행해보려고 알아보고 있습니다.

10년 가까이 푸드뱅크 사업을 이끌어 오시면서 기억에 남는 일 하나쯤은 있을 것 같아요.

이동푸드뱅크로 식료품을 받으시던 할머님 한 분이 계셨어요. 한 달에 한 번씩 물품을 전달해드렸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그 할머님 따님분에게 전화가 온 거예요, 할머님께서 돌아가셨다고. 그러면서 할머님께서 그간 푸드뱅크로 받아오신 식료품이 있잖아요? 다 쓰지 못하고 남은 것들이 있었는데, 그걸 따님분한테 저희에게 돌려주라고 말씀하셨대요. 따님께서 전화로 그 말씀을 하시면서 이렇게 도와주셔서 감사하다고 우시는데 저도 울컥하더라고요.

이동푸드뱅크는 찾아가는 서비스로 보이는데요. 정확히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사업인가요?

푸드뱅크가 위치한 제천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읍·면은 1시간 정도 걸립니다. 그러다 보니 읍·면에 살고 계신 분들이 이용하기엔 아무래도 힘드신 편이죠. 일단 기부받은 식료품을 포장하는데요. 하루에 100개 정도 됩니다. 그리고 이를 4일간에 걸쳐서 각 읍·면에 전달해드리고 있고요. 하지만 저희가 모든 마을을 돌아다니기에는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어요. 100여 명의 자원봉사자분들이 도와주고 계시지만, 이동푸드뱅크에서 톡톡히 몫을 해내고 계신 건 마을 이장님들이시죠. 이장님들께 마을 대표로 식료품을 전달해드리면, 이장님이 직접 필요한 분들에게 나눠드리고 어떤 곳에 사용하는 물품인지 안내해드리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푸드뱅크가 주로 식품을 다뤘지만, 현재는 그 범위가 넓어져 다양한 생활용품도 다루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가까이서 접하면서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옛날에는 식품도 주로 유통기한이 임박한 식품을 다뤘죠. 그래서 많은 양을 한꺼번에 드리기가 애매했어요. 지금은 많이 달라졌는데요. 기부가 들어오는 물품이 식품 반, 생활용품 반 정도가 되었을뿐더러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은 거의 없어요. 일단 푸드뱅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는 걸 몸소 체감해요. 지역 내 기부 네트워크도 옛날에 비하면 잘 되어 있고요.

또 저희 같은 경우는 인천이랑 강원도의 푸드뱅크와 연계가 잘 되어 있거든요. 관내마다 광역푸드뱅크에서 지원받는 식료품이 달라요. 기부받는 것도 다르고요. 그래서 서로 서로 부족하거나 필요한 식료품을 지원 요청해서 주고받기도 해요. 그런 네트워크가 형성되었다는 점도 옛날과는 달라요. 현재의 변화에 굉장히 만족합니다.

“푸드뱅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는 걸 몸소 체감해요. 지역 내 기부 네트워크도 옛날에 비하면 잘 되어 있고요.”

스마트 기술과 사회복지 융합을 뜻하는 스마트 복지가 대두되고 있습니다. 무인푸드뱅크도 그 일환이라 할 수 있는데요. 제천시사회복지협의회에서 계획하고 있는 스마트 복지가 또 있을까요?

현재 LED 고독사 방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독거노인 가정에 LED를 설치한 후, 어르신이 외출한 경우도 아닌데 LED가 24시간이 지나도록 켜져 있다면 저희 쪽으로 알람이 옵니다. 그러면 전화를 드려서 안부를 확인하는 사업인데요. 이 외에도 개인적으로 요양시설과 메타버스를 연계하는 사업도 구상 단계이긴 하지만 고민하고 있고요. 또 지역 내 중고마켓 앱처럼 지역 내 무료나눔 앱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겠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방향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무인푸드뱅크도 완벽하게 ‘무인’으로 운영하고 싶어요. 지금은 현실적인 여건으로 어느 정도의 인력풀을 운용하며 소소하게 운영하고 있는데요. 추후에 무인푸드뱅크 관련 식료품 홈페이지를 개설해서 쇼핑몰처럼 필요한 물품을 장바구니에 담아놓으면, 저희가 장바구니 물품을 무인보관함에 넣어놓는 거죠. 그러면 언제든 시간 나실 때 무인보관함에서 찾아가시는 거예요.

더불어 더 다양한 방면에서의 사업을 진행하고 싶어요. 예를 들어 제천시의 사회복지사들을 대상으로 교육 및 워크숍을 진행해 서로 관계를 맺고 사례를 주고받으면서 역량을 강화해 한 단계 더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습니다.

임재하 사무국장
현재 세명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대학원에 재학 중이며, 제천시사회복지협의회에서 9년 3개월 근무하고 있다. IoT와 사회복지를 결합한 신규 사회복지 사업을 구상하고 있으며 앞으로 지역 사회복지를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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