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ER 2022 Issue No. 16

Kor
Interview. 01

세상의 온기를 지키는 힘

대한적십자사 봉사·RCY 김기현 팀장

대한적십자사는 어떤 기관인가요?

대한적십자사는 1905년 고종황제 칙령 제25호에 의해 탄생된 인도주의 기관입니다. 올해로 117주년을 맞았죠. 그만큼 대한민국의 사회복지와 자원봉사의 역사와 함께해왔다고 할 수 있는데요. 특히 전 세계로 보자면 192개국 1억 명의 자원봉사자가 대한적십자사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저희의 핵심가치는 ‘인도주의(Humanitarianism)’예요. 인간의 생명을 보호하고 고통을 경감하는 인도주의 정신에 따라서 192개국 적십자인들이 정부의 보조자로서,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죠. 자세히 살펴보면 대한적십자사는 재난구호, 위기가정 및 취약계층 복지사업, 국제협력 및 남북협력사업, 청소년(RCY) 사업, 공공의료 및 혈액사업 등을 전개하고 있어요. 이렇게 다양한 인도주의 사업을 전개할 수 있는 배경에는 약 24만 명의 적십자 자원봉사자와 청소년적십자(RCY) 단원, 그리고 약 242만 명의 헌혈자분들이 계십니다.

대한적십자사는 우리나라의 자원봉사 역사와 함께했다고 하셨는데요. 그 흐름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1947년에 적십자부녀봉사대가 처음 발족된 후, 1956년 서울지사 적십자청년봉사회가 결성되면서 전국적으로 봉사회 조직이 확산되었어요. 이 시기는 한국전쟁 시기로 우리나라가 굉장히 어려운 때였잖아요. 그래서 자원봉사가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 같아요. 하지만 주로 전쟁으로 인한 전후 복구에 해외에서 지원을 받는 경우가 많았고, 봉사자들도 여기에 힘을 보탰죠. 1960년대로 넘어가면서 우리나라가 농업국가가 되거든요. 농번기에는 부모들이 온종일 농사일을 하니 아동 탁아소 위주의 봉사활동이 주를 이뤄요. 그리고 1970년대에는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농촌의 젊은이들이 도시로 떠나게 되죠. 그러면서 많은 문제가 일어나는데, 인간 소외나 청소년 노동 문제가 대표적이에요. 근로 청소년들이 학업을 놓지 않도록 지원에 힘쓰는 자원봉사자들이 많았다고 해요.

이제 1980년대가 되면서 우리나라는 올림픽 등 국제적인 행사를 개최하면서 급속한 발전을 이루게 되는데요. 자원봉사의 영역 역시 국제 행사 안내와 통역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이 되었어요. 인재(人災)가 많았던 1990년대부터 대한적십자사는 국가 재난관리의 책임기관이자 긴급구조의 지원기관으로서 역할을 정립하게 됩니다. 2000년대 이후에는 국가 주도의 사회복지가 체계적으로 발전하면서 민간 영역이 감당했던 부분을 정부가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부분으로 매우 확대되었답니다. 하지만 여전히 민간 자원봉사에 대한 필요성이나 역할의 중요성은 무시할 수 없지요. 또한 국내뿐 아니라 열악한 이웃 국가들을 위한 해외 자원봉사라든지 국제협력 활동들이 이 시기에 상당히 활발하게 일어났습니다. 최근에는 ESG 경영이 대두되면서 국내의 굵직한 기업들이 각계각층을 대상으로 맞춤형 기부를 많이 하고 계세요.

대한적십자사의 자원봉사단은 어떤 형태로 구성되어 있나요?

현재 전국의 11만 4천여 명(활동 자원봉사자)의 적십자 봉사원이 어려운 이웃에게 희망을 전하는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대한적십자사 봉사회는 행정구역 중심의 전국협의회, 시도별 지사협의회, 구군별 지구협의회, 읍면동별 단위봉사회의 위계적 조직체계를 갖추고 있는데요. 행정구역 중심의 봉사원들이 약 56%, 전문 봉사회나 직장 봉사회 등에 소속해 활동하는 분들이 약 5%, 프로그램이나 개별적 활동에 참여하는 봉사원들이 약 39% 정도 됩니다. 이분들은 봉사회나 프로그램을 통해서 다양한 자원봉사활동을 전개하고 계시며, 그중에서도 특히 자연 및 사회 재난, 코로나19 등 국가적 위기 시에 재난구호 및 위기 경감활동에 앞장서 주고 계십니다.

2010년부터 한국사회복지협의회의 VMS와 연계해 헌혈인증사업도 진행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 VMS와의 연계 사업은 우리나라에서 헌혈이 대중적으로 활성화되는 데 큰 기여를 한 사업입니다. 예전에는 헌혈을 하면 헌혈을 했다는 증서만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VMS와 연계해 헌혈 실적 1회당 4시간의 자원봉사로 인정하고 있어요. 헌혈을 하면 대한적십자사 혈액정보관리시스템(BIMS)에 헌혈 정보가 기록이 되는데요. 헌혈자가 VMS 홈페이지에서 회원가입을 한 후 헌혈 실적 조회를 클릭하면, 대한적십자사 혈액정보관리시스템과 연동되어 봉사시간으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헌혈증서 또는 헌혈확인증명서 등도 추가적인 증빙자료를 제출할 필요 없이 VMS 홈페이지(vms.or.rk)에서 헌혈 실적 조회를 클릭하면 간단하게 봉사활동 시간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요. 또 이렇게 인정받은 봉사활동 시간이 일정 시간 이상 쌓이면 우수 자원봉사자 뱃지를 받으실 수도 있고 그 외에도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답니다.

스마트 시대가 도래하면서 대한적십자사에도 변화가 있었나요?

대한적십자사는 2008년부터 ‘자원봉사관리시스템 (VIP, Volunteering Infor-mation Plaza)’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적십자 봉사원들에게 가장 중요한 예우라고 할 수 있는 표창의 근거가 되는 봉사시간 기록 시스템인데요. 과거에는 ‘봉사원 수첩’으로 수기 관리했지만, 14년 전부터 VIP 전산 프로그램을 통해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VIP를 통해 자원봉사자의 봉사시간, 봉사조직, 표창, 수혜자, 교육, 봉사활동 프로그램 운영 등을 관리하죠.

특히 전 세계적으로 자원봉사자들의 시간을 매년 기록하는 케이스는 매우 드문데요. 그래서 2011년에는 유럽, 2014년에는 태국에서 사례 발표를 한 적이 있죠. 가까운 나라인 일본에서조차 최근에 와서야 이러한 전산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는 이야기를 해서 저희가 어떤 식으로 VIP를 운영하고 있는지 공유한 적도 있어요.

또 기존의 적십자 봉사원이 더욱 편리하게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일반 시민들도 접근이 보다 용이하도록 개방성을 강화한 온라인 플랫폼으로의 프로그램 고도화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수혜자의 노출을 최소화하면서도 신청 과정을 간소화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수혜자 발굴 시스템에 대한 필요성이 절실해졌습니다. 그래서 이에 대한 고민도 하고 있고요. 마지막으로 대한적십자사 RCY만의 온라인 플랫폼 ‘RCY MATE’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2017년에 ‘IT 기술을 활용한 혁신’으로 인정받아 대한적십자사 최초로 국제적십자사연맹(IFRC)에서 청소년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대한적십자사에서 제공하는 봉사자분들에 대한 예우 프로그램으로 어떤 것들이 있나요?

앞서 말씀드린 VIP를 이용하게 되면서 자원봉사 관련 데이터가 많이 쌓이게 되었고, 우리의 진짜 VIP인 적십자봉사원들에 대한 예우를 깊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2012년부터 ‘적십자 봉사 명문가 표창’을 시행하기 시작했어요. 이후 매년 표창을 진행해서 현재는 10가문이 탄생하게 되었는데요, 3대에 걸쳐서 헌신적으로 봉사하시고 계신 가문을 예우하는 대표 프로그램이에요.

헌혈 관련 애플리케이션 ‘레드커넥트’도 있더라고요. 어떠한 기능을 가진 애플리케이션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레드커넥트는 헌혈자를 위한 대한적십자사의 공식 헌혈 애플리케이션입니다. 현재 100만 명 정도의 헌혈자분들께서 이용하고 계세요. 레드커넥트는 헌혈 예약부터 전자문진, 헌혈 후 혈액 위치 조회, 검사결과를 통한 건강 상태 확인까지 헌혈 전반에 필요한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특히 검사결과의 경우 자신의 검사결과 추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는 편리함이 있고요,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동일 연령대와 성별 수치와의 비교 및 분석으로 자신의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헌혈에 대한 인식도 많이 달라지지 않을까 싶은데요. 반응은 어떤가요?

2019년 처음 레드커넥트 애플리케이션이 출시됐을 때에는 이용자 수가 약 10만 명 정도였어요. 하지만 올해 6월 구글 애널리틱스 집계 기준 약 110만 명의 헌혈자분들이 레드커넥트를 사용하고 계십니다. 연간 헌혈자 수가 약 130만 명 정도인 사실을 고려한다면 거의 대부분의 헌혈자분들이 레드커넥트를 이용한다고 볼 수 있는 거죠. 그만큼 헌혈자분들에게 레드커넥트는 필수 애플리케이션으로 자리 잡았는데요. 자신이 필요한 정보를 직접 찾아보고 모바일로 소통하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지는 현대 사회에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간편하게 헌혈을 예약하고 검사결과를 확인하는 것은 막연히 헌혈에 참여하기 꺼려지는 분들에게 문턱을 낮춰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봉사활동과 관련해서, 자발적으로 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취업이나 학업을 위해 타의적으로 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요. 이러한 의무적인 봉사활동제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봉사의 시작은 생각보다 사소해요. 제가 대한적십자사에서 20년간 근무하면서 봉사의 출발점에 대해 정말 궁금해했거든요. 그래서 많은 분께 여쭤봤고, 대다수가 우연히 시작했다고 답해주셨어요. 그중에 취업이나 학업을 위해 봉사를 하게 되었다는 분들도 꽤 계셨죠. 물론 의무봉사시간을 부여하는 것에 대한 논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제도의 효과는 있는 듯합니다. 그렇지 않고 일상생활 속에서 자원봉사를 느닷없이 만나기란 쉽지 않아요.

“ 한국사회복지협의회 VMS와의 연계 사업은 우리나라에서 헌혈이 대중적으로 활성화되는데 큰 기여를 한 사업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사회가 발전할수록 사람들이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는 경향이 없잖아 있는데요. 예를 들어 AI가 사람을 대신해 일자리를 차지한다든지, 인간이 점점 비인간화가 된다든지 하는 문제 같은 것들이죠. 그러나 저는 꼭 그런 미래가 올 것이라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가 사람인 이상 사람의 온기를 느껴야만 해요. 그렇기에 인적 서비스와 같은 자원봉사에 대한 매력은 미래에도 존재할 것으로 보고요. 그렇다면 자원봉사 경험이 없으신 분들을 어떻게 하면 이 세계로 끌어들일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지는데요. 현재는 스마트 시대니까요. 다양성과 개방성을 갖춘 자원봉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행정안전부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자원봉사자의 78%가 주변인의 권유 또는 소속 학교나 직장에서의 경험으로 자원봉사를 시작한다고 해요. 이 매거진을 보시는 모든 분들께서 되도록 많은 지인들에게 자원봉사의 경험을 심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기현 팀장
서울여자대학교 수학 및 사회사업학 전공 후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공기업정책학과 재학 중이며, 2002년 7월부터 2022년 현재까지 약 20년간 대한적십자사에 재직 중이다. 주로 사회봉사 및 청소년 등의 적십자 인도주의 사업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전페이지 Feature 05

인공지능 돌봄, 독거노인 사회서비스의 미래와 혁신

Interview 02

스마트 기술이 가져온 장애학생의 멘토링 서비스 다양화

다음페이지
PDF
다운로드